페라리, 첫 번째 EV에 관한 정보 공개
2025.10.13
페라리가 자신들의 첫 번째 EV에 관한 정보를 야심 차게 공개했다. 그들은 그 무엇보다 성능에 크게 집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들에게는 그게 당연한 것이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EV 수요가 감소 혹은 보합세를 보이는 가운데 새로운 EV 출시 계획을 고민하는 움직임도 분명 있다. 예를 들어 포르쉐는 자신들의 고객들은 결국 전기차를 원하지 않았다면서 다시 내연기관에 집중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놀랍게도 페라리는 원래 계획대로 로드맵을 진행시키고 있었다.

며칠 전 페라리는 이른바 테크데이에서 자신들의 새로운 플랫폼과 기술에 대해 공개했는데, 그게 바로 내년 중 데뷔 예정인 일명, 일렉트리카의 기술이었다. 몇 가지 흥미로운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이 차는 GTC4 루쏘와 비슷한 그란 투리스모가 될 예정이다. 그만큼 긴 노즈에 휠베이스가 짧은 실루엣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였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페라리의 첫 번째 EV는 자체 개발한 800V 고전압 배터리 시스템을 이용하게 될 것이라 밝혔다.

페라리는 해당 플랫폼에 총 4개의 모터가 탑재될 것이며 출력은 980마력을 상회할 것이라 했는데, 덧붙여 122kWh 급 배터리가 탑재될 예정이라 했다. 이 정도면 아이오닉 9보다 조금 더 큰 용량의 배터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 주행거리는 560km(WLTP 기준)를 달성할 수 있다고 전했다. 물론 한국 기준으로 환산한다면 300km 남짓이 될 것이다. 0-100km/h까지는 2.5초를 예상하고 있고, 최고 속도는 309km라고.

관건은 그간 페라리가 집착해왔던 무게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을 어떻게 세우고 있느냐는 것이다. 단지 빠른 속도만 추구하는 건 그간 페라리가 보여줬던 철학에 부합하지 않는다. 하지만 무거운 배터리는 페라리 특유의 날카로운 핸들링과 민첩한 움직임을 저해할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요소다. 그래서 페라리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동원해 페라리만의 움직임을 만들어 낼 것이라 했다.

예를 들어 F80에 적용했던 액티브 서스펜션과 유사한 시스템을 탑재할 예정이며, 여기에 4개의 모터를 연동해 차량의 다이내믹을 완벽히 제어할 것이라 밝혔다. 이전에 페라리가 사용한 시스템을 기반으로 추론해 봤을 때 모터가 부착된 댐퍼로 구성한 멀티매틱 댐퍼가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페라리는 첫 번째 EV에 독립식 후륜 조향 시스템을 적용할 것이라 했다. 그러면 적어도 그간 페라리가 보여줬던 날카로운 코너링을 구현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후륜 모터에 훨씬 강력한 출력이 전달된다는 것이다. 페라리의 발표에 따르면 후륜에 장착될 두 개의 모터에 각각 416마력의 출력이 전달될 것이라 했는데, 사실상 전륜 모터는 일종의 보조적 역할에 충실하며 대부분의 출력은 후륜에 집중될 예정이다.

무게 배분에서도 페라리는 기존 미드십에서 유지해왔던 비율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려고 애썼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모듈을 운전석 뒤, 뒷좌석 아래에 배치함으로써 프론트 47%, 리어 53%의 무게 배분을 달성했다고 전했다. 무게 이야기가 나왔으니 계속 이야기를 해보면, 앞서 무거워진 무게를 어떻게 감당하며 페라리 특유의 핸들링을 구현할 것인가가 꽤 중요한 과제였다고 기술했는데, 놀랍게도 페라리는 앞으로 데뷔할 EV의 무게가 고작 2,200kg밖에 나가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는 비슷한 사이즈의 배터리를 탑재한 다른 EV들에 비해 많게는 수백 kg 이상 가벼운 수치다. 물론 다른 페라리에 비하면 꽤 무거운 편이나 따져보면 푸로산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하지만 무게보다 더 집착할 수밖에 없는 것이 있다. 다른 브랜드라면 분명 우선순위 밖의 문제겠지만 페라리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바로 사운드다. 우선 페라리는 최근 전기차에서 내연기관의 사운드를 재현하는 방식을 특허로 출원한 바가 있다. 이 방식을 그대로 이용할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일단 차량의 가속도와 연동해 구동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소리를 수집, 실내에서 증폭한다. 이게 여느 액티브 사운드와 어떻게 다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페라리는 사운드 디자인이라는 표현을 애써 자제하는 대신, 이미 차에서 발생하는 소리들을 더 크게 키운 것이라 전했다.

끝으로 아이오닉 5 N처럼 페라리도 가상의 변속 시스템을 적용할 것이라 했는데, 예를 들어 기어비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다섯 가지의 출력, 토크 맵을 제공할 예정이며, 다운 시프트를 할 경우 프론트에 하중이 걸리는 턱인 효과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페라리 역시 내연기관 시절의 감성을 어떻게 일렉트리파이드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 어느 브랜드보다 더 집착할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일부에서는 여전히 일렉트리카 페라리에 대한 반감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기대할 수 있다. 여느 전기차와 페라리는 다를 것이란 기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