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전기차 폐 배터리 에너지 저장소로 활용
2022-09-08
전기차가 지닌 또 하나의 숙제, 폐 배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조사들의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기아자동차는 폐 배터리를 건물의 전력 공급 시스템으로 사용하는 ESS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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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가 안고 있는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배터리를 값싸게 공급하는 것도 숙제지만, 다 사용한 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도 중요한 숙제로 떠올랐다. 우선 폐 배터리는 폐기가 쉽지 않다. 희토류를 되살리는 것 만큼이나 포함된 중금속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것도 중요한 숙제다. 그래서 최근 전기차 제조사들은 폐 배터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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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두 가지의 해결 방안이 떠올랐는데, 그 중 하나는 폐 배터리를 물리적 또는 화학적으로 분해해 배터리 안에 포함된 원료를 다시 새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한 소재로 재활용하는 것이다. 이 분야에서 주목할만한 회사는 폭스바겐그룹이다. 폭스바겐그룹은 이미 폐 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시범 공장을 설립했다. 이곳은 연간 약 3,600개 가량의 배터리를 분해할 수 있으며, 12,000톤 정도의 원료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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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까다로운 방식을 활용하고 있는데 위에서 소개한 물리적 분쇄 후 화학적으로 각각의 원료별로 분류한 다음 이를 선별해 정제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90% 이상의 원료를 재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원료로는 리튬, 망간, 코발트 등이 있다. 모두 희귀 원료로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를 제작하는데 꼭 필요한 원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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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폭스바겐그룹은 가치사슬 폐쇄루프라고 부른다. 원료의 채굴부터 정제, 생산, 폐기, 재활용에 이르는 완벽한 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이렇게 폭스바겐그룹처럼 전기차의 폐 배터리를 다시 배터리 원료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있는 한편, 다른 쪽에서는 새로운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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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ESS다. ESS는 Energy Storage System의 약자로 말 그대로 에너지 저장 장치라는 뜻이다. ESS는 현재 전력 인프라에서도 많이 쓰이는 장치다. 예를 들어 발전소에서 생산한 잉여 전기를 저장해두었다가 필요할 때 내보내는 것도 ESS이며, 대규모 플랜트의 경우 정전에 의한 생산 차질을 방지하기 위해 심야 전력과 같은 비교적 값싼 전기를 ESS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방식을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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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ESS는 어떤 방식으로든 전기를 저장해야 하는데 배터리 이외에는 현실적인 대안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자동차 회사들 중 일부가 여기에 주목했다. 폐배터리를 활용해 ESS를 제작, 공급한다는 것이다. 최근 기아자동차는 독일의 국영 철도공사인 도이체반(이하 DB)와 손잡고 노후화된 EV 배터리를 ESS로 공급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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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SOH가 약 80km 이하로 남은 경우 폐기 대상으로 보는데, 기아 자동차도 이 단계에 접어든 배터리는 더 이상 EV용으로 활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여전히 배터리로써의 가치는 남아 있기 때문에 이를 하나의 패키지로 구성해 에너지 저장 장치로 만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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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테스트를 위해 독일 현지의 기아차 딜러사들에게 폐 배터리를 수집했으며, 이를 DB에 전달했다. DB는 수집된 폐배터리 운송을 담당한다. 수집된 폐 배터리는 모듈 단위로 해체됐으며, 24개의 모듈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성해 총 3개의 랙을 제작했다. 제작된 ESS는 DB가 지원하는 스타트업 기업인 앙코르(Encore)를 통해 베를린의 EUREF 캠퍼스에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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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REF 캠퍼스는 베를린에 새롭게 조성되고 있는 스마트 시티 시범 지역에 위치한 복합지구로 고전적인 건물을 훼손하지 않고도 스마트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미 2012년 104톤의 이산화탄소를 절감했으며, V2G를 활용해 연간 120만km의 전기차 운행이 가능한 수준의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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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제공된 기아자동차의 ESS는 전기차 제조기업들이 폐 배터리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기아자동차는 수명이 다한 배터리의 처리 문제에 관한 책임있는 행동을 할 것이라 발표했다. 비단 기아자동차 뿐만 아니라 향후 전기차를 제조 생산하는 기업들 모두는 이와 같은 배터리 처리 문제에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실천을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