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 지하 12m 도로 머스크의 ‘루프’ 가보니
입력 2022. 01. 05
4일(현지 시각)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2′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의 서쪽 스테이션. ‘베이거스 루프’라고 쓰인 팻말 옆에 테슬라 전기차 ‘모델Y’와 ‘모델X’ 십여대가 주차돼 있었다.
차에 올라타자 차량은 곧바로 지하 터널로 향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세운 보링컴퍼니가 만든 이 지하 터널은 전시회 기간에 무료로 운영됐다. 루프를 오가는 테슬라 차량을 이용하면 걸어서 15~20분 걸리는 거리를 1~2분 내 이동할 수 있다. 루프에는 신호등이 없고, 차선이 하나여서 다른 차가 끼어드는 경우도 없다. 기차역처럼 정해진 정거장에서만 정차하기 때문에 고속 주행이 가능하다. 12m 깊이에 굴착된 루프는 원형 절삭기를 이용해 만들어졌다.
이날 탑승한 모델X 차량은 잠깐 80㎞ 정도로 시속을 끌어올렸고, 대부분의 구간에서는 시속 50~60㎞ 정도로 달렸다. 터널 길이는 편도 1.37㎞로 직선이 아니라 구불구불한 구간이 많아 속도를 더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아직은 짧은 구간에서 시범 운영 중이지만 머스크는 라스베이거스 전역에 루프를 설치해 교통 체증 문제를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라스베이거스의 우버 기사 모건은 “지금은 코로나 사태 때문에 방문객이 적어 교통 상황이 좋지만, 평소에는 교통 체증이 심각하다”며 “루프가 뚫리면 교통난이 어느 정도 해소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보링컴퍼니는 교통 체증 해소 방안으로 자율주행차용 터널을 건설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은 사람이 직접 운전해야 한다. 우리나라 지하화 도로가 건설되는 현장에서는 배기가스 배출 방식을 놓고 갈등이 극심하지만, 베이거스 루프에는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전기차가 달리기 때문에 배출가스 논란이 일어날 일이 없다.
머스크는 초고속 루프(하이퍼루프)도 개발 중이다. 지하 터널 내 공기를 뺀 상태에서 캡슐형 원통 안에서 자기 부상 방식으로 초고속 열차를 운행하겠다는 것이다. 공기와 철로의 저항을 없애면 열차는 최고 시속 1200㎞까지 달릴 수 있다는 게 머스크의 설명이다. 상용화 단계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미국에스는 이동 혁신을 위한 다양한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