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 없는 전기차, 보행자 사고 위험 높아

2024.05.23

전기차가 가솔린 엔진이나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내연기관차보다 보행자를 치게 될 위험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배터리를 사용해 움직이는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소음이 적기 때문에 보행자가 차 소리를 듣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또 전기차 운전자의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낮은 점도 사고율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됐다.

필 에드워즈 영국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통계학과 교수 연구팀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영국 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사상자 91만6713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이같은 결론을 내린 연구를 22일 국제학술지 ‘전염병 & 지역사회보건 저널’에 발표했다.

분석 결과 전기차가 일으킨 보행자 충돌 사고의 사망률이 가솔린·디젤 엔진 사고의 사망률의 2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m(미터)당 평균 보행자 사망률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가 5.16명이었다. 내연기관차의 평균 보행자 사망률은 2.4명으로 이보다 낮았다.

앞서 지난 2017년 미국 교통부도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는 내연기관 차보다 보행자 사고를 낼 위험이 20% 높았다. 방향전환, 후진, 차량 진입 및 정차와 같은 저속 이동 중에는 사고 위험이 50% 증가했다.

연구팀은 전기차의 소음이 적다는 점이 보행자로 하여금 자동차를 미처 피하지 못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추측했다. 도시에 비해 조용한 시골 환경에선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보행자 사망률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소음으로 가득한 도시에선 전기차가 보행자와 충돌할 가능성이 3배나 높아졌다.

니콜라 크리스티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교통안전학 교수 또한 사람들이 차량의 존재, 속도, 위치를 판단하기 위해 소리에 의존한다고 말했다. 크리스티 교수는 “차량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으면 바쁜 도시 지역 사람들이나 시력이 나쁜 사람들, 차량의 속도와 거리를 판단하기 어려운 어린이들에게서 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전기차의 빠른 가속력과 긴 정지거리도 사고 위험을 높이는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전기차가 사고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선 차량이 느리게 이동할 때 울리는 경보 시스템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9년 7월부터 유럽에서 판매되는 모든 신형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에는 이러한 경보 시스템이 장착돼 있지만 구형 모델의 경우 그렇지 않다. 연구를 이끈 에드워즈 교수는 “정부가 모든 전기차에 경보 시스템을 설치한다면 전지차로 인한 사고율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소음 없는 전기차, 보행자 사고 위험 높아 : 동아사이언스 (dongascienc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