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테슬라 잡을 ‘가성비’ 전기차 내놓는다
2023.03.16
[딜사이트 김나연 기자] 테슬라도 내놓지 못한 저가 전기차를 출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한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독일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인데요. 16일(현지시간) 폭스바겐은 가격이 2만 5000유로(2만 6400달러)에 불과한 저가 전기차를 2025년 유럽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폭스바겐은 뛰어난 연비를 자랑하는 해치백을 대표 모델로 내세워 온 브랜드입니다. 1974년 출시된 폭스바겐의 골프 해치백은 ‘해치백의 교과서’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세단을 중심으로 브랜드 이미지 경쟁을 벌이는 타 완성차 업체들과 비교되는 전략으로 폭스바겐의 해치백은 세계적 베스트셀러 차량으로 자리잡았죠. 오는 2025년 폭스바겐이 출시할 저가 전기차 또한 폭스바겐의 대표 모델인 골프 해치백을 계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폭스바겐이 내놓은 콘셉트카를 한번 살펴볼까요? 이 콘셉트카의 이름은 콤팩트아이디투올(Compact ID. 2all)입니다. 모델명에 모든 사람을 위한다는 뜻을 가진 ‘투올’이라는 단어를 붙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대중을 목표 소비자층으로 삼았다는 점을 알 수 있어요. 토마스 쉐퍼(Thomas Schäfer) 폭스바겐 CEO는 “우리는 더 많은 사람들이 전기차를 탈 수 있도록 빠른 속도로 (EV로의) 전환을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저가 전기차 출시는 EV 업체들의 숙원사업이자 필수 해결과제로 꼽힙니다. 지금까지 테슬라를 비롯한 EV 업체들은 럭셔리(고가) 자동차 시장을 침투하는 데 집중해왔습니다. 기성 완성차 기업과 달리 이들은 아직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했기에 생산 단가를 맞추려면 차량 가격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내연차를 중심으로 성장해 온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뒤바꾸겠다는 EV 업체들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최종적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가성비’ 전기차를 내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EV 대장주 테슬라는 가성비 전기차를 향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테슬라는 지난 2022년부터 모델 S와 모델 Y 등 고가 라인업의 가격을 조금씩 인하하고 있습니다. 지난 1일(현지시간)에는 투자자의 날(Investor Day) 행사를 열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배터리 생산 단가 인하와 생산설비 효율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죠.
이에 많은 사람들은 테슬라가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반값 테슬라’를 발표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고 있었는데요. 그럼에도 테슬라는 저가 전기차를 출시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와중에 폭스바겐이 테슬라를 제치고 대대적으로 저가 전기차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이죠.
물론 세단과 SUV가 대표 모델인 테슬라와 폭스바겐의 저가형 EV 해치백은 시장을 세분화하면 서로 다른 목표 소비자층을 갖고 있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풍부한 대량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고, 베스트셀러라는 이름까지 거머쥔 경험을 가진 폭스바겐이 가성비 전기차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한다면, 테슬라에게 위협이 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폭스바겐의 이번 발표는 EV 업계에서 레거시 완성차 업체들과의 경쟁이 본격화했다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는데요. 테슬라가 어떤 방식으로 이 상황을 타개해 나갈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