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투데이]LG화학 신학철의 “흰구름 먹구름”…폭발사고 불운 딛고 배터리 특허분쟁 승소
2020.08.27
[FETV=김창수 기자] LG그룹의 ‘외부 영입 1호 CEO’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잦은 부침을 겪은 끝에 경영 주도권을 쥘 기회를 잡았다. 올해 5월 인도와 대산공장 작업장의 폭발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하며 신 부회장은 취임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이후 구광모 LG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회동을 가지는 등 주력 산업인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훈풍’을 불러왔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 상반기 글로벌 점유율도 1위에 올랐다.
LG화학의 2분기 실적 또한 코로나19 상황임에도 선전하며 하반기 전망을 밝게 학 있다. 본격적인 싸움에 접어든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소송전’도 미국 판결에 이어 국내에서도 1심 승소하며 승기를 잡았다.
지난해 1월 LG화학 사령탑에 오른 뒤 광폭 경영을 이어가던 신 부회장에게 제동이 걸린 것은 올해 5월이었다. LG화학은 그 달 인도와 대산공단에서 두 차례 인명 사고를 냈다. 5월 7일 인도 비사카파트남에 위치한 LG폴리머스인디아 공장에서는 스티렌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해 현지 주민 14명이 사망하고 수백여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여의도 본사에서 LG화학이 ‘뉴 비전’을 선포하는 날 일어난 사고였다.
이어 같은 달 19일에는 충남 서산시 대산읍 대산공단 LG화학 촉매센터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화상을 입었다. 당시 LG화학은 인도 현지 사고 수습을 위해 현장지원단을 인도에 파견해 사고 원인 규명 및 피해 복구를 지원했다. 대산공단 사고와 관련해서도 경찰 조사와 아울러 서산시·롯데케미칼·현대오일뱅크 등과 함께 8700억원을 투자해 공단의 안전 및 환경 강화에 나섰다.
화학 공장 사고로 가슴을 쓸어내린 LG화학은 이후 배터리 부문에서 호성적을 내며 분위기를 전환했다. 지난 6월 22일 구광모 LG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충북 오창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서 만났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휩쓰는 테슬라에 대항하기 위한 정 수석부회장의 ‘K-배터리 동맹’ 구상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구 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은 이날 LG화학이 개발하고 있는 장수명(Long-Life) 배터리와 리튬-황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 배터리 기술과 개발 방향성을 공유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이달 3일 발표된 올해 상반기(1~6월)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순위에서 LG화학은 1위를 기록하며 전기차 배터리 강자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해당 기간 LG화학은 올 상반기 누적 점유율 24.6%를 기록하면서 5월에 이어 1위 자리를 지켰다. LG화학은 테슬라 모델3(중국 생산), 르노 조에, 아우디 E-트론 EV, 포르쉐 타이칸 EV 등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어갔다.
LG화학의 2분기 실적 또한 1분기 ‘선방’에 이어 배터리 부문 호조를 기록하며 하반기 전망을 밝게 했다. LG화학의 올해 2분기 매출액은 6조935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늘었고 영업이익은 571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31.5% 큰 폭으로 증가했다. 사업 효율성을 높인 가운데 주요 제품의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석유화학 부문 영업이익이 4347억원을 기록했다.
전지부문은 매출 2조8230억원, 영업이익 1555억원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유럽 주요국과 중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 확대에 따른 전기차 판매 증가, 북미지역 대규모 ESS(에너지저장장치) 프로젝트 공급 등으로 전분기 대비 매출이 25% 증가했다고 LG화학 측은 밝혔다.
지난해부터 미국과 국내에서 벌이고 있는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소송전’에서도 승기를 잡아가고 있다. 2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예비 판결 승소에 이어 27일 국내 법원 판결에서도 승리하며 SK이노베이션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ITC의 10월 최종 판결에 앞서 양측의 합의가 예상되는데 최대 수조원대에 이르는 배상금을 두고 벌일 줄다리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관측이다.
‘잔인한 5월’의 터널을 벗어나 잇단 호재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신 부회장이 LG화학의 경영권 고삐를 더욱 확실하게 쥘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앞으로의 추이가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