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스·수도 물가, 4년7개월만 최고…인플레 자극 어쩌나
2022.05.03
4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3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전기·가스·수도 물가 오름세 확대가 인플레이션을 부추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히 오른 글로벌 에너지 가격에 따라 공공요금 상승이 불가피해지면서, 전달 전기·가스·수도 물가 상승세는 4년7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물가 상황과 맞물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전기와 가스 요금 추가 인상이 줄줄이 예견돼 있어, 앞으로 서민의 가계 부담은 겹겹이 불어날 전망이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2022년 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8% 올랐다. 전달보다 0.7%포인트(P) 치솟았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가공식품 등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세에 더해, 전기·가스 요금 가격의 오름세가 확대되는 데 주로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4월 물가 상승을 부추긴 전기·가스·수도 항목의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6.8% 상승했다. 이 중 전기료 물가 상승률이 11.0%, 도시가스가 2.9%를 나타냈다. 전달 전기·가스·수도 물가 상승률은 2017년 9월(7.9%) 이후 4년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원자재 값 상승 등의 여파로 전기와 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이 겹쳐지면서 물가 상승에 기여했다. 우선 정부는 앞서 2분기(4~6월) 전기요금을 kWh당 6.9원 올렸다. 지난해 12월 확정한 전력량 요금 인상분 4.9원에 기후환경 부과금 2원 등을 포함한 가격이다. 4인 가구의 전기요금 부담은(월평균 307kWh 사용) 한달에 약 2120원 늘어난 셈이다.
가스요금도 함께 올랐다. 주택·일반용 도시가스 요금은 메가줄(MJ·가스 사용 열량 단위)당 평균 1.8% 올라, 가구당(서울시 기준) 월평균 860원 정도 늘어난 도시가스 요금을 부담하게 됐다. 그간 주택·일반용 가스요금은 국제 가스 가격 급등 등 인상 요인에도 2020년 7월 이후 21개월간 동결해온 바 있다. 물가 안정 등을 위해 억눌러온 것이다.
문제는 이달부터 하반기까지 전기·가스요금의 줄인상이 예고돼있단 점이다. 당장 지난 1일부터 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 요금을 평균 8.4~9.4% 인상했으며, 오는 7월과 10월에도 각각 MJ당 0.63원, 0.4원 인상이 예고돼 있다. 더구나 오는 10월에는 kWh당 4.9원의 전기요금 추가 인상도 예정돼 있다.
새 정부에서도 이런 공공요금 인상 흐름을 막을 순 없을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으로 전기·가스·수도 물가의 지속적인 상승이 현재의 고물가 상황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연간 물가 전망도 점점 비관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연간 상승률 4%대 기록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어 심의관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하반기로 가면 지난해 (물가 상승률이) 높았던 것 때문에 역기저가 있을 것으로 봤는데, (앞으로) 상당폭의 오름세가 지속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는 생각이 든다”며 “현재 수준을 1년 내내 그대로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올해 물가 상승률은 3.9%가 될 것으로 보는데, 당분간 오름세가 둔화할 요인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시적 요인이 아닌 물가의 장기 추세를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도 3%대에 올라서는 등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지난달 근원물가 상승률은 3.1%로 2011년 12월(3.6%) 이후로 가장 크게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