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CATL, 갈아끼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 개시

2022.01.19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닝더스다이)이 갈아끼는 차량용 배터리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19일 차이신(財新) 등에 따르면 CATL은 전날 전기차 배터리 교환 서비스 브랜드인 ‘EVOGO’를 내놨다.

새로 설립한 자회사인 스다이뎬푸(時代電服)가 운영하는 EVOGO는 전기차 운전자들에게 신속하게 미리 충전된 표준 배터리를 교환·제공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차장 3면 정도의 비교적 좁은 부지에 들어선 EVOGO의 배터리 교환소는 내부 창고에 48개의 배터리를 보유하고 있다.

초콜릿 바처럼 얇고 긴 모양이라서 ‘초콜릿’이라고 이름이 붙은 배터리 한 개의 에너지 밀도는 1㎏당 160Wh로 약 200㎞ 주행이 가능하다.

특이한 점은 ‘초콜릿’ 배터리 한 개가 기존 차 한 대에 들어가던 고정식 배터리의 4분의 1 정도 크기로 작게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고객들이 필요에 따라 한 개부터 세 개까지 선택해 장착할 수 있도록 모듈화한 것이다.

예를 들어 도시 근거리 출퇴근 위주의 고객은 배터리를 하나만 끼우면 되고 먼 거리를 이동하려는 고객은 배터리를 3개까지 끼우면 된다.

배터리 교환에 걸리는 시간은 1분가량이라고 CATL은 설명한다. 운전자가 미리 스마트폰 앱으로 교환할 배터리 수를 정하고 나서 자동 세차기처럼 생긴 교환소에 들어가면 바닥에 달린 기계가 올라와 기존 배터리를 빼내고 새 배터리를 넣는다.

CATL은 우선 중국의 10개 주요 도시에 EVOGO 배터리 교환소망을 집중적으로 구축할 예정이다.

이 서비스는 EVOGO 표준을 채택한 전기차만 이용할 수 있는데 첫 사용 가능 차종은 이치(一氣)차의 펀텅(奔騰)이다.

CATL이 방대한 배터리 교환소와 배터리를 자체 보유해야 해서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야 하는 배터리 교환 사업에 의욕적으로 뛰어든 것은 급성장하는 중국의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을 더욱 확고히 지키기 위한 차원으로 분석된다.

중국에서는 당국의 적극적 지원을 바탕으로 배터리 교환식 전기차 시장이 서서히 형성되고 있다.

만일 향후 중국 전기차 시장이 배터리 탈착식 모델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EVOGO 시스템이 현지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게 되면 중국 토종 업체들은 물론 중국에 진출한 외자 업체들도 CATL의 배터리를 쓸 수밖에 없게 된다.

이처럼 산업 구조가 변화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이노베이션 등 한국 배터리사의 중국 시장 점유율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세계 시장에서는 고정 배터리를 내장한 전기차가 대부분이지만 중국은 방전된 배터리를 다시 충전하는 대신 지정된 ‘배터리 교환소’에서 미리 충전된 다른 배터리로 신속하게 바꿔 끼는 방식의 전기차 충전 모델을 국가 정책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2020년 5월 내놓은 국무원 연간 업무보고에서 처음으로 전기차 배터리 교환소 권장 방침을 밝히면서 이를 ‘신 인프라’ 중 하나로 규정했고, 작년 10월에는 베이징(北京), 난징(南京), 우한(武漢), 싼야(三亞) 등 11개 도시를 전기차 배터리 교환 사업 시범지역으로 지정했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중국에서는 이미 배터리 교환 방식 전기차 사업이 구체적인 진전을 이뤄나가고 있다.

중국의 3대 전기차 스타트업 중 하나인 웨이라이(니오)는 이미 원하는 고객에게 배터리를 떼고 판매하고 있다. 고객이 배터리가 빠진 차량을 일단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구매하고 배터리를 ‘구독’하는 방식이다. 이 회사는 작년 11월을 기준으로 700개의 배터리 교환소를 운영하고 있고 올해 600곳을 추가로 지을 예정이다.

또 아오둥(奧動)신에너지라는 배터리 교환 전문 서비스 업체도 작년 말 기준 중국 26개 도시에 547개 교환소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이 회사는 주행거리가 많은 택시와 디디추싱(滴滴出行) 등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인터넷 호출 전용 차량에 배터리 교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특화하고 있어 일반 고객 전반을 상대로 영업을 하려는 EVOGO와는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