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서 손흥민이 찰 축구공…무선 충전 된답니다 [한입과학]
2022. 11. 23
이번 월드컵의 공인구는 독일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와 피파(FIFA)가 함께 제작한 ‘알 리흘라(Al Rihla)’다. 아랍어로 ‘여정’이라는 뜻의 알 리흘라는 8개의 삼각형과 12개의 마름모꼴 조각으로 이뤄져 있는데 마름모꼴 조각에는 카타르 국기를 형상화한 무늬가 새겨져 있다.
알 리흘라의 가장 큰 특징은 밖이 아닌 안에 있다. 바로 공 안쪽 중앙에 달려있는 구형의 관성측정센서(IMU)다. 이 센서는 방사형 서스펜션 장치에 고정돼 공 중심에 떠 있는데 경기 내내 공의 위치 데이터를 1초에 500번 측정해 비디오판독실로 전송한다.
전송된 데이터는 이번 월드컵에서 활약 중인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SAOT)’에 쓰인다. SAOT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ETH) 그리고 캐나다 빅토리아대가 공동 개발한 것으로 기존 비디오판독시스템(VAR)보다 빠르고 적극적으로 오프사이드를 판정하도록 돕는다.
지난 2016년 클럽 월드컵에 처음 도입된 VAR은 비디오판독실에 있는 VAR 담당 심판이 오프사이드, 페널티킥 등 결정적인 상황에서 카메라를 통해 송출된 경기 장면을 살펴보고 주심과 교신해 오심을 줄이는 시스템이다. 주심의 판정이 번복될 여지가 있으면 주심이 비디오를 확인하도록 요청한다.
인공지능(AI)은 이 데이터와 알 리흘라가 보내온 데이터를 비교 분석해 약 0.5초 만에 오프사이드 여부를 판정해 비디오판독실에 알린다. 이를 본 VAR 담당 심판이 오프사이드라고 판단하면 주심에게 통보한다. 정확하지만, VAR 담당 심판의 검사를 거쳐야 하므로 ‘반자동’이라고 부른다.
알 리흘라는 경기 내내 데이터를 전송해야하므로 센서의 배터리를 충전해야 한다. 아디다스에 따르면 무선 충전 방식으로 전력을 공급받는데 경기 전 충전을 완료하고, 경기 중에는 충전하지 않는다. 완충 시 약 경기장에서 6시간 동안 작동하며 대기 상태에서는 최대 18일 동안 지속된다.
올해 월드컵 개최지로 카타르가 선정됐을 당시 가장 염려됐던 건 11월 기준 26℃에 달하는 카타르의 기온이다. 축구 선수들은 보통 한 경기당 10킬로미터(km) 넘게 뛰면서 땀을 3리터(L)가량 흘리는데 카타르처럼 습하고 더운 환경에서는 땀이 증발하지 않아 쉽게 탈진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카타르는 사우드 가니 카타르대 기계공학과 교수의 도움을 받아 경기장 내부에 첨단 공기 순환·냉각 기술을 적용해 하나의 에어컨처럼 만들었다. 가니 교수 연구팀은 3D 프린터로 경기장 모형을 만든 후 형태에 따라 유입된 공기의 흐름이 어떻게 바뀌는지 분석해 최적의 냉각 시스템을 설계했다.
먼저 인근 바다에서 불어오는 덥고 습한 바람이 경기장 지붕을 타고 흘러가게 만들어 내부로 들어오지 않게 하고, 태양열을 반사하기 위해 색상을 밝게 바꿨다. 약 4만명이 모이는 관중석 주변은 좌석 아래 설치된 작은 통풍구를 통해 시원한 공기를 공급해 온도를 낮추도록 했다.
주입된 공기가 뜨거워지면 흡수팬이 빨아들인다. 이 공기는 파이프를 통해 경기장 구석에 마련된 열교환기의 냉각수를 통과하면서 다시 차가워지고, 다시 경기장에 공급된다. 열을 식혀줄 냉각수가 따뜻해지면 경기장에서 3km가량 떨어진 저장 탱크에서 온도를 낮춘 후 다음 경기에 재사용된다. 이 일련의 과정은 태양에너지로 작동된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은 총 8개 경기장에서 열리는데 이 중 7개 경기장이 이런 냉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유일한 예외는 카타르 수도 도하에 있는 ‘스타디움974’인데 이 경기장은 자연 환기가 가능하도록 설계돼있어 별도의 냉각 시스템이 필요 없다.
스타디움974는 적은 재료로 빨리 만들 수 있으며 재활용을 통해 폐기물을 줄이는 ‘지속 가능한’ 경기장을 만들자는 취지로 건설됐다. 디자인을 맡은 스페인 건축 회사 펜윅 이리바렌은 레고 블록을 쌓는 방식에서 영감을 받아 월드컵이 끝난 후 쉽게 분리하거나 더 작은 경기장으로 재건할 수 있는 모듈식 설계를 적용했다.
스타디움974에서는 이번 월드컵 기간 동안 총 6번의 조별 경기와 한 번의 16강전 경기가 개최될 예정이다.